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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73호] 국면전환을 능동적으로 이끌 '문재인 독트린'을 제시하라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7-10-01 조회 8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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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원 현안진단
제 173 호 2017년 10월 1일 (일)

국면전환을 능동적으로 이끌 '문재인 독트린'을 제시하라

 

 

  도를 넘은 미·북 사이의 말폭탄 교환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서로에게 도 넘은 말폭탄을 퍼붓고 있다. 9월 19일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향해 “로켓맨(rocket man)이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북한의 ‘완전 파괴’를 언급하자, 9월 22일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를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dotard)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는 이례적인 국무위원회 위원장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처럼 미국과 북한의 말전쟁이 날로 험악해지고 상황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정을 폭발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7월 4일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해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고각발사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해 미 국방정보국(DNI)이 정상각도로 이루어졌다면 미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자, 8월 5일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에 대해 예방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언급하고 8월 8일과 9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군사행동 장착 완료’라는 발언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도 이에 질세라 말폭탄과 함께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8월 9일 김락겸 전략군사령관 명의로 ‘괌도 주변 사격 방안 검토’라는 반박문을 내놓은 데 이어, 8월 26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8월 29일과 9월 15일에는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다. 무엇보다 9월 3일에는 위력 120~400kt에 달하는 수소탄 탄두실험을 감행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완성단계에 와 있음을 보여주었다. 
 
  급기야 9월 23일 괌도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B1-B 전략폭격기가 일본 오키나와 카데나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F-15C의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는 북한 해상을 비행한 미국전투기나 폭격기 중 가장 북쪽으로 비행한 것이다. 이것은 한미연합사령부 휘하에 있는 주한 미 공군이나 한국 공군이 배제된 채, 미국이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대북 군사행동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과 북한의 최고지도자들끼리 벌인 말폭탄 교환의 직접적인 발단은 북한이 미 본토까지 핵·미사일 도달능력을 보여준 데 따른 미국의 위기와 불안감에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서는 작고 불량한 국가인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해 핵·미사일 공격 능력을 키워온 데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지만, 북한도 연내 국가 핵무력을 완성하겠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물극필반 부극태래’ - 국면전환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주역』에 따르면, “물극필반, 부극태래(物極必反 否極泰來)”라고 했다. 사태가 극한으로 치달으면 전쟁이 일어나고, 위기가 극한까지 가게 되면 평안이 온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한반도 전쟁 위기국면이 반전되어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가? 한반도 위기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북한발 대화 재개의 신호가 발신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9월 26일 『워싱턴 포스트(WP)』지는 북한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하여 미국의 전직 관료나 공화당계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7차례나 은밀히 접촉하고자 시도했다고 보도하였다. 해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의 더글러스 팔 부원장 등과 접촉하고 1.5트랙 회의를 개최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한·일 핵무장 허용 등 발언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고자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대화가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북한 측이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읽혀진다.
 
   실제로 지난 9월 27일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북미국장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랑 협상하러 왔다”며 국면전환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러시아 외교부도 러시아와 북한 양국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선희 국장은 9월 29일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특임대사와 만나 한반도문제를 논의하였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은 최선희의 모스크바 방문 2주 전에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러시아 당국자들과 북한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을 미 국무부 대변인이 공개했다는 점이다. 9월 28일 노어트 대변인은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러시아가 북한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도 당연히 환영한다”며 러시아의 중재외교에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외교적 움직임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북미대화나 6자회담의 재개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북한의 외교적 움직임이 대화 목표가 비핵화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라는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기보다 북한이 자신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1월 초 미·중 정상회담과 국면전환의 가능성
 
   이처럼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미 백악관은 오는 11월 3일부터 9일까지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하와이를 거쳐 한국, 일본, 중국을 방문한 뒤, 10~11일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정상회의와 13~14일에 동아시아정상회의(ASEAN+3, EAS)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 다낭과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동북아 3국의 방문 순서는 한·미·일 공조를 다지기 위해 한국이나 일본을 먼저 방문한 다음, 그 뒤에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트럼프의 동아시아 순방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중 정상회담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지난 4월 6~7일 미국 마라라고에서 열린 정상회담보다도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당시 마라라고 미·중 정상회담 때는 중국이 막 취임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탐색전의 의미가 강했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통상압력을 무마하기 위해 선물보따리를 싸들고 ‘100일 계획’(4월 9일~7월 17일)을 통해 유예기간을 얻어내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중국의 ‘100일 계획’을 받아들이는 대신에 중국이 북핵문제의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는 이른바 ‘중국 아웃소싱론’을 제기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탐색전을 넘어 새로운 동아시아의 새 판을 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아시아정책의 사령탑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주한 미대사의 인선을 마무리 짓고 북한핵, 남중국해, 미·중 통상 등 산적한 현안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정책을 펼치려 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도 내부 권력투쟁을 마무리 짓고 10월 18일 제19차 당대회에서 후계자 선임과 자신의 연임을 확정짓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대미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11월 초에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10월 말 경 국면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대 강국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 강한 압박책에 합의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이를 수용할 수도 없겠지만 전면 거부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상황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에 앞서 10월 말에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내년 봄에 있을 한미 군사연습의 규모와 일정을 확정지을 경우, 북한당국이 취할 운신의 폭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게 된다. 
 
   금년 들어 북한은 중국의 내부 권력재편 문제 때문에, 미국의 동아태 외교안보라인이 완비되지 않은 틈을 비집고 이른바 국가 핵무력의 완성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오는 11월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대북 압박책을 합의해 버릴 경우, 이미 수단을 많이 소진한 북한으로서는 새로운 핵·미사일 게임을 벌이기가 버거울 수밖에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올해 안에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초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국가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싶겠지만, 그럴 경우에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응할 이유가 없어진다. 지금도 미국의 대화 수요보다 북한의 대화 수요가 더 큰 형편인데,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핵무력을 완성하는 마당에 대화할 이유가 없다.
 
   반면, 북한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와 한·미 및 미·중 정상회담 이전에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의 모라토리움(유예)을 선언한다면 현재의 위기국면은 대화국면으로 크게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이 선제적인 모라토리움과 함께 남북군사당국회담을 받아들이고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한다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시킬 수 있음은 물론 내년 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키리졸브 한·미 군사연습의 조정이 가능할 수 있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대통령이 북·미 직접대화를 설득할 수 있다. 또한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6자회담의 재개를 설득할 수 있다.
 
   이처럼 10월 말 한·미 SCM과 11월 초 한·미 및 미·중 정상회담의 개최 이전에 북한이 선제적으로 국면전환을 꾀한다면, 현재의 위기국면은 대화국면으로 극적인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명분과 실리를 채워 줄 여러 가지 선택안을 놓고 전략적 계산을 하면서 이러한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를 넘어 동북아 평화질서를 만들기 위한 담대한 구상이  필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50여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한·미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일 3국간 안보 및 방위 협력”를 약속하였다. 이로 인해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지만, 그 대신에 대(對)북한 정책이 어렵게 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되었다. 
 
  이처럼 대북정책이 딜레마에 처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5월 10일로 돌아가서 새롭게 출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현재 주어진 조건 속에서 어떻게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해 재시동을 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선수(先手)를 두면서 한반도정세를 위기국면으로 이끌어가는 난감한 상황이 계속되어 왔지만, 조만간 국면전환의 계기가 닥쳐왔을 때 우리 정부가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이끌어갈지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국면전환의 기회가 왔을 때 한국이 곧바로 운전대를 잡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해 재시동을 걸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사전 포석을 잘해 두어야 한다. 우선 러시아를 통해 북·러 회담에서 나온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고, 이를 기초로 북한이 취할 조치를 예상하면서 미국을 설득할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의 협력을 얻기 위해 THAAD문제의 출구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확보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북한이 전격적으로 남북 군사당국자 회담을 수용하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다만, 현재의 위기국면이 대화국면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이것이 곧바로 협상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남북대화나 6자회담이 시작되어도 북한 핵문제의 해결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현재 북한은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북한 핵포기와 한반도 평화협정, 북·미 수교의 교환을 거부하고 있으며, 작년 7월 6일의 공화국정부 성명에서 밝힌 ‘조선반도 비핵화 5대 조건’을 고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대화 재개에도 준비를 갖추어야 하지만, 한반도 차원의 정전체제를 넘어서서 동북아 차원의 냉전체제를 극복하는 방안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THAAD배치를 강행하고 MD로의 편입 등 한·미·일 군사협력체제를 강화해 나간다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중국의 협력을 얻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냉전적 질서를 한층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야말로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대결과 패권경쟁의 구도로 치닫는 동북아 질서를 평화질서로 전환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 ‘문재인 독트린’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만 운전대를 잡으려 하면 설사 운전대를 잡더라도 평탄한 길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와 결합한 확장 공간적 전략이 있어야 외지고 험난한 길을 피할 수 있다. 동북아 평화질서라는 큰판을 구상하면서 한반도문제를 격자무늬로 엮어나가는 지혜가 긴요하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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