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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자료실

한반도 통일 비전과 정책을 생산하는 평화연구원입니다.

현안진단

현안진단 자료실입니다.

제목 [200호 특집 좌담회] 2018년, 한반도 비핵·평화가 시작되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8-12-11 조회 11078
키워드 평화, 평화체제, 남북관계, 비핵화, 평화보장, 정전선언, 평화협정, 샌프란시스코체제,
첨부파일 200th_Current_Affairs_Bulletin.pdf[313867by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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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원 현안진단
제 200 호 2018년 12월 11일 (화)

 2018년, 한반도 비핵·평화가 시작되다

 

 

현안진단 200호 특집 좌담회

 

                                                           대담 참가자

                                                   김형기 평화연구원 원장

                                                   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

                                                   동용승 굿파머스연구소 소장

 

 

2018년 한반도 정세변화와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평가

 

김형기 : 2009년 51호를 시작으로 <현안진단>이 발간된 지 어언 10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이 시기에 200호를 발간하게 되어 특집으로 이 분야 전문가들을 모시고 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그동안 <현안진단>은 사실 관계에 대한 정확한 분석균형 있는 진단그리고 대안 제시 등을 통해서 여론을 이끌어가는 칼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지금과 같은 동아시아 질서의 변환기에 객관적이고 분별력 있게 대처하는 역량을 키우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지금까지 <현안진단발간에 함께 해주신 필진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현안진단>이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독자들의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좌담회에서는 올해 한반도 정세 변화를 되돌아보고 비핵화와 평화체제남북관계 각 분야별로 성과와 문제점들을 짚어본 다음 내년도의 전반적인 상황을 전망해 보고자 합니다먼저올해 한반도 정세변화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조한범 한반도 문제 그러니까 남북관계비핵화평화체제 이 세 축을 본다면 아주 중요한 변곡점이 형성되었습니다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 위원장으로 표기)의 신년사에서부터 북한의 변화가 감지되었고요지금까지 총 7차례 남북··중 정상회담이 열렸고 김정은 위원장이 여기에 모두 참석한 유일한 인물입니다이 변화의 기저에는 물론 한국정부의 역할이 컸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시간표와 계획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저는 2017년까지를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1기라고 봅니다그 판단의 첫 번째 이유는, 2017년 10월 노동당 중앙회의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열어서 권력구조의 재편을 마무리한 점입니다이때를 기점으로 과거의 인물들 장성택리영호심지어 김원홍까지 자취를 감추고 집권 2기의 인물들우리에게는 새로운 인물들인 정경택박광호태종수 등이 전면으로 부상합니다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까지 후보위원으로 등장합니다그 이후로는 주요 인물을 숙청했다는 이야기가 안 나오고 있지요두 번째 이유는 바로 다음 달인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을 고각 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점입니다이렇듯 김정은 위원장은 권력구조 재편에 이어 경제·핵병진노선의 완성을 선언하고 변화의 장으로 나왔습니다금년 1월에는 파격적인 신년사를 발표하고, 4월 당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을 채택했습니다따라서 2018년은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발전에 방점을 둔 새로운 전략적 변화를 선택한 집권2기의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6.12 ·미 정상회담 때 양 정상은 북한 비핵화라는 최종적인 목표에 합의했지만 그 후 구체적인 로드맵의 도출에는 합의하지 못했습니다가장 중요한 이유는 비핵화 방식에 대해 북·미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북한이 원하는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방식의 자발적 비핵화 방식이며,미국은 동결(moratorium), 신고검증폐기라는 매뉴얼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충돌하고 있습니다그러다보니 비핵화에 뚜렷한 성과가 없고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2018년은 비핵화를 포함해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불가역적인 단계에 진입했지만 우려했던 디테일의 악마가 동시에 고개를 드는 한해였다고 봅니다.

 

남기정 한반도 정세가 표면적으로는 2018년에 들어와서부터 신년사를 계기로 급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작년 말에도 조짐이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작년 11월 20일 즈음으로 기억되는데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영국의 대표적 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하우스(Chatham House)간에 회의가 계획되어 있었습니다그 회의에 문정인 특보와 조셉윤 대표가 참석하고 북한 측 대표로 누군가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직전에 북한이 불참을 통보했고 그 다음에 화성 15호 발사가 있었습니다그때 북한과 미국이 무엇인가 조정하다 합의가 안 되면서 화성15호 발사까지 이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그때도 뭔가 가능성이 있었고 뭔가 주고받은 것이 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2018년도의 변화들은 2017년 11월 전후로 북한이 준비해왔던 것이고그렇게 보면 올해 들어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이런 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조성렬 저도 동의합니다작년 9월 참여연대 세미나에서 제가 한반도 전쟁위기 국면을 벗어날 세 번의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첫 번째 계기가 11월초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인데그 직전에 시진핑의 제2기 당대회에서의 총서기 선출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그래서 트럼프가 오기 직전이 한 번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두 번째 계기가 북한의 신년사였고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세 번째 계기가 평창올림픽과 독수리훈련키리졸브가 끝난 이후다시 말하면 여러 가지 불안 요소가 없어진 뒤인 3월 하순 후에 국면전환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었습니다.

북한이 국면전환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던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전이미 작년 초가을부터 남··미 정부 당국 간에 접촉을 시작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작년 가을 틸러슨 미 국무장관(당시)과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조셉 윤이 ‘60일 법칙을 이야기했습니다북한이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했는데 그때부터 60일 동안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했습니다. 11월 초 60일이 지났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한국에 와서 국회연설을 통해 북한을 비난했고 그것이 근거가 되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 했습니다북한은 이에 대한 반발로 11월 29일 ICBM을 쐈습니다이후 이란 의원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미국이 테러국 재지정 등 도발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북한은 ICBM을 쏘지 않았을 것이다.유감이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거의 비슷한 시기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물으며, “미국이 정세를 관리하는데 제대로 협조 안 해서 이런 파국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년 가을 물밑에서 이런 기회들이 있었는데 결국 상황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북한이 ICBM 발사라는 무력행사까지 나갔다고 봅니다그리고 12월 8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라 모종의 결단을 하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이어 12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 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요구했던 한·미군사연습의 연기 가능성을 이야기했고그런 부분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변화된 모습을 이끌어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꾸준한 노력과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올해 초의 국면전환을 이끌어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용승 지난해와 비교해서 올해 한반도 정세가 180도 바뀐 것은 분명하고 거기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시작한 것입니다그 이전까지 한반도 정세나 북한과 관련된 움직임들은 미국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4자 회담이 되었든 6자 회담이 되었든 다자간 또는 간접적 형태의 접근방식이었습니다그런데 올해는 다른 나라들이 다 배제된 상태에서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에 나섰는데 사실 이것은 탈냉전 이후 북한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던 것입니다.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과 북한이 직접 합의를 도출한 이후의 과정들을 보면 항상 다자간 협상이었습니다그러나 북쪽은 끊임없이 미국과 직접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왔고 올해 들어 북·미 양자 간의 직접 대화로 반전되었다는 점을 상당히 주목해야 합니다김정은 위원장이 깃발을 들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북한이 의도하고 바라던 것이 일단은 시작되었다는 것에서 정세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과더불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진전이 상당히 더디고 어려움들은 있지만 실마리를 잡기는 했다는 게 올해의 평가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성렬 동 박사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김정은의 이니셔티브로 보았던 것이 어떻게 보면 북한이 지금까지 원했던 것을 받아준 것은 트럼프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이니셔티브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제가 며칠 전에 칼럼을 썼는데 결국 현재의 비핵 평화 국면은 삼두마차(三頭馬車)가 끌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문재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런 방향전환이 없었다면 현재 한반도의 전환국면은 어렵지 않았겠는가 생각합니다.

 

고경빈 한반도 정세 전환의 명분을 만들어주고 열쇠 역할을 했던 나라들은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있는 거의 모든 나라였다고 생각합니다북한을 움직일 수 있게 명분을 만들어준 것은 중국의 쌍중단 쌍궤병행’ 중재 노력이었고미국을 움직여주는 명분을 만들어준 것은 문재인대통령의 노력이었습니다문정부가 출범하면서 비핵화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평화문제를 비핵화에 결합시켜서 함께 움직일 수 있게 했습니다지금은 쌍중단은 유지되고 있지만 쌍궤병행을 추진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 상황입니다그런데 돌아보면 판문점 회담이나 싱가포르 선언이 있은 지 이제 겨우 반년밖에 안되었고북한의 비핵화와 평화문제가 짧은 시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한반도 평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북미대화의 진전이 더디게 보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조한범 올해 4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그것은 실제로 북한의 전략적인 노선변경으로 봐야 합니다그리고 또 하나 한국정부의 역할도 언급을 해야 합니다왜냐하면 북·미가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상당히 많은 문제에서 충돌했을 때그 이견을 조정하고 협상의 끈을 이어갔던 건 한국정부의 노력이었습니다유럽안보협력회의(CSCE)에서도 나토와 바르샤바 조약기구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중립국가들이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그런 점에서 올 한해 김정은 위원장의 이니셔티브트럼프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도 중요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도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물론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중재자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 보고요운전자 역할을 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남기정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삼두마차라고 했을 때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합니다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총괄적인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한반도에서 2018년도 상황을 만들어 가는데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랐던 사람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이 중요했고 그런 의미에서3월 8(미국 현지 시각)이라는 날짜가 굉장히 의미 있다고 봅니다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5월 중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향'을 직접 발표했습니다저는 북·미 정상회담 수용의 중요성을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본 외교의 혼란에서 역으로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탑다운(Top-down) 방식이 그 이후 북·미관계의 기조가 되었는데그런 의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이 흐름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교착국면의 비핵화 협상과 타결을 위한 창의적 방안 

 

김형기 어느 쪽에서 이니셔티브를 쥐었느냐에 상관없이 올 한해 획기적인 남북관계 발전이 있었습니다비핵화 프로세스에서도 북·미 간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많은 진전을 이루었습니다특히 남북관계에서는 남북 간의 대화가 활성화되고 여러 가지 교류협력 사업들이 다시 복원되는 진전이 분명하게 잘 나타났다다만 비핵화프로세스가 우리 기대에 맞게 진전되지 못하고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이렇게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그러면 이제 구체적인 문제로 들어가서 우선 비핵화 문제부터 짚어보겠습니다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성과와 한계가 무엇인지·미 간의 입장 차이는 어떠한지이 차이가 절충될 수 있는 방안은 어떻게 모색되고 있고 또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은 없겠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한범 비핵화를 향한 문턱은 확실히 넘었다즉 아주 길고도 지루한 비핵화 협상의 문에 들어섰습니다돌아갈 수는 없지만 아주 길고도 지루한 협상의 과정이 남아있다고 봅니다.

우선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공동의 목표라는 점에 대해 양 정상은 최초의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의 주어가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으로 보다 명확하게 규정됩니다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을 한반도 비핵화의 주체로 명시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비핵화라는 목표에는 남··미가 모두 합의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다만 구체적인 비핵화의 이행 로드맵을 작성하는 실무작업에서는 지루한 협상국면이 지속되고 있으며그 이유는 양측 간의 이견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비핵화 방식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첫 번째 단계를 넘어가는데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미국은 신고검증폐기를 거치는 투명한 매뉴얼 방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신고 이전 단계지금 이야기가 안 되고 있지만 동결이 더 중요하죠요즘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북한에 미사일 기지가 있다영변이 가동이 되고 있다고 해도 이것은 북·미 합의의 위반이 아닙니다. UN결의 위반이 될지 모르지만 북·미 협상에서는 어떻게 한다고 주고받은 게 없습니다따라서 종전선언을 안 해주는 미국도 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요양측이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미국의 매뉴얼 방식에 대해 북한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실시한 자발적 비핵화즉 자기들이 원하는 비핵화를 실시한 다음 보상을 요구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미 양측 간 두 가지 비핵화 방식이 충돌하고 있어서 다음 단계로 못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북한은 종전선언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입구로 생각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초기에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현 단계에서는 아예 넘기 어려운 허들로 만들어버렸습니다입구가 아닌 넘지 못할 문턱으로여기에 대한 북한의 불만도 있습니다따라서 비핵화 방식에 대한 빅딜이 없는 한 현 국면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미간 비핵화 방식에 대한 빅딜이 성사될 경우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물론 이후의 비핵화 협상이 순조로울 것입니다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향후 협상국면은 난항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안진단>에서도 이미 다루었지만 절충안으로 시퀀스 방식의 비핵화를 제안합니다북한의 핵을 먼저 파기할 부분과 나머지 부분으로 나누는 거죠핵심부문(Core part), 주요부문(Main part), 잔여부문(Residue part) 등 세 개로 나눈 후에 핵심부문은 1년 내에 파기하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및 대북제재의 단계적 해제를 시작하는 것입니다주요부문은 트럼프대통령 임기인 2020년 말까지 진행하되 동시에 대북제재를 완전히 해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입니다잔여부문은 긴 시간을 두고 검증과 함께 진행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이 방식은 신고를 우회하되 신속하게 실질적인 비핵화 및 상응조치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미 모두에게 설득이 가능한 절충안입니다꼭 이 방식이 아니더라도 비핵화 방식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지 아니면 난관은 향후에도 계속될 겁니다그렇다 하더라도 비핵화 협상은 이미 돌아가기 어려운 강을 건넌 국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미 모두 비핵화 협상의 파기로 인해 발생할 고비용구조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경빈 비핵화 방식에 대한 이견이 고착상태의 원인이지만 보이지 않는 한 측면에서는 평화보장 방식에 대한 이견도 있는 것 같습니다우리 언론이나 내부에 별로 드러나지 않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이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과거의 협상과 달리 싱가포르 협상은 비핵화만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 비핵화와 동시에 평화보장문제를 함께 합의했습니다그러니까 비핵화에 진전이 있으려면 평화보장 쪽에서도 진전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합의의 특징은 실무적인 준비나 합의 없이 탑다운 방식으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실무적 협의에 걸리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지만역시 탑다운 방식이기 때문에 실무적인 협상시간도 바텀업(Bottom up) 방식보다는 훨씬 단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시간을 좀 더 재촉하기 위해서는 역시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고비 고비마다 발휘되어야 하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공이 넘어갔다고 봅니다.

 

남기정 평화보장과 비핵화가 긴밀히 연결된 문제라는 것의 기원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그 기원에서 보면 이 두 가지가 당연히 얽힐 수밖에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88년에 있었던 ‘7.7선언에서 현재 문제의 기원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7.7선언은 한반도 프로세스와 남북 간의 교차승인의 동시진행을 목표로 삼았는데 이후 일정하게 남북한의 평화가 진행되었고 한국이 중국과 그리고 소련과 국교를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국일본과 국교를 맺지 못한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습니다북한은 이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식하게 되었고이를 평평하게 돌리는 수단으로 핵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그렇다면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은 북한이 일본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비핵화가 북한과 미국의 이견으로 장기화 된다면 북·일 간의 교섭으로 비핵화의 모멘텀을 살려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 또 하나 있다고 봅니다즉 북·일 수교를 위한 노력입니다.

 

동용승 미국과 북한이 직접 테이블에 앉았지만 디테일로 들어갔을 때탑다운 방식이기 때문에 상호간의 이해도나 상대방에 대해 바라는 것이 굉장히 차이가 많았습니다지금까지도 상대방에 대해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예를 들면미국은 지난해에 전쟁 위험까지 끌고 가면서 북한에 대한 위협을 한껏 고조시켰고 또 한편으로는 대북제재라는 아주 강력한 수단을 국제공조의 틀 안에서 이른바 물샐 틈 없이 지속시키겠다고 강하게 추진했습니다만약 북한이 그동안 미국과 계속해서 직접적인 협상을 하고자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다면미국은 제재 때문에 북한이 손들고 나왔다고 생각할 것입니다반면북한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하지만 가장 강력한 비핵화라는 카드를 가지고 미국과 직접 협상을 시작했고,그들의 과정에 맞춰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이렇게 완전히 다른 생각으로 접근하니 실무협상이 시작되었을 때미국은 모든 것을 내놓고 시작하라고 요구한 반면북한은 너희들의 압박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나온 거니까 우리 방식대로 간다라고 주장했고 이러한 각각의 입장이 충돌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볼 때 상당히 긍정적인 것은 상대방의 입장을 서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실무적으로 뭔가를 타결해내는 것보다 오히려 두 번째 정상회담을 통해서 실무진들이 디테일하게 조율해갈 수 있는 영역(Boundary)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서로 조금 진전된 이해를 바탕으로 제시되고 있는 아주 다양한 형태의 것들을 협의를 통해 도출해 낼 수 있는 영역을 말합니다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여러 가지 것들초기에는 종전선언이었고 최근에는 제재완화로 바뀌었는데 이것을 놓고 씨름하기보다는 사실상 탑다운 방식의 카테고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즉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성렬 앞에서 이야기 하신 것처럼 북·미 간에는 오랜 불신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릅니다다시 말하면 협상국면이 시작된 원인을 미국은 군사적 압박과 제재라는 부분이 통했다고 보고김정은 위원장은 어찌되었건 자신들이 핵무력을 완성했기 때문에 나왔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습니다특히 실무진에서는 정말로 각자 생각하는데 그러다보니 이견조절이 잘 안 되었습니다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태에서 조율하고 인식을 일치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래서 합의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합의가 이루어지면 매우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지금 북한이 여러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자기들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는 것입니다우리가 만나보는 미국의 싱크탱크나 행정부의회 내 사람들이 북한을 못 믿겠다고 하지만 사실은 말과 달리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말은 계속 안 믿는다고 하는데 보이는 것은 정말 안 믿었을 때 나타나는 행동이 아니거든요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일단은 행동으로 보여 달라행동으로 확인이 필요하다 이런 자세인 것 같아요지금 불신하고 있는 건 사실이고 일부 그런 부분들이 국내에서 증폭되어 미국이 안 믿는다라고 하는데제가 볼 때는 의심을 계속하는 건 맞지만 일단 북한이 비핵화하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떻든 간에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미국 쪽 실무자들은 미국 내 여론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자기네가 먼저 새로운 창의적인 제안을 내놓기 어렵습니다왜냐면 창의적인 제안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북한에 일정 정도 양보를 포함하는 상응조치를 내놓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그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정상회담은 오히려 허심탄회하게 이뤄졌는데 고위급 회담은 거의 진전이 안 되었어요폼페이오나 김영철이 만났을 때 새로운 것들이 이야기는 되는데 합의된 내용들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새로운 안을 가지고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을 설득하면서 끌고 왔다고 봅니다앞으로의 과제도 우리 정부가 얼마나 창의적인 대안을 내놓고이것으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는가에 달렸다고 보고요그런 면에서 비핵화 협상에 시간이 좀 걸렸지만 앞으로는 속도가 좀 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고경빈 조박사님이 불신의 문제를 언급했는데요좀 다른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불신문제로 거론하기에는 상대방을 너무 잘 알고 있다오히려 입장의 차이지 상대를 믿고 안 믿고의 문제는 아니다이렇게 생각이 됩니다불신의 문제로 본다면 상대방의 태도 변화를 내가 기다리면 되지만 입장의 차이로 보면 오히려 내가 먼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길 수 있는데굳이 이것을 입장차이라 안하고 불신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그런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아닌가 싶습니다한국과 미국 내부에서 여러 가지 불신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북한을 못 읽고 있다기보다는 불신을 제기하는 쪽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실무교섭이 지지부진한 것은 서로 상대를 믿지 못해서라기보다는 상대를 잘 알고 있는데 그 입장 차이를 내가 먼저 좁히는 노력을 하기에는 각자의 국내적 기반이 약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형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일반 국민들 중 북한은 끝까지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다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외부 지원만 받고 시간만 보내려고 하는 협상 전술에 불과한 것이다’ 등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계신데비핵화 협상의 목표와 본질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이 등을 보다 분명하게 떠올려 설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고경빈 결과로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지 타협안이 나오기 전까지 미리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조한범 기술적으로 검증과정에 들어가면 핵무기를 숨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시료를 채취하고 프로세스를 검증해보면 거의 정확하게 추출한 핵물질과 사용한 양에 대한 검증이 첫 번째로 이뤄지고요두 번째로 핵무기는 숨겨놓았다고 해서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히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지속적으로 핵물질을 보충하거나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단기간의 은닉은 가능하지만 장기간 완전한 은닉은 불가능하다는 게 제 판단이고요또 하나는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질서의 불안정성은 해소되지 않으며국제 핵질서 역시 근본적 변화를 피할 수 없습니다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게 되면 국제사회는 향후 또 다른 제2, 3의 북한과 같은 핵 보유를 시도하는 국가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핵무기가 잔존한 상태에서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고이사장님 말씀대로 과정은 길겠지만 결과적으로 비핵화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봐야 합니다.

 

김형기 또 한 가지 조성렬 박사님최근 G20 정상회의 중에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졌는데 미국 쪽에서 관세 추가 부과를 3개월 보류하기로 한 대신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하여튼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중국의 완벽한 협조를 끌어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지그것이 비핵화 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야기를 해주세요.

 

조성렬 ·중 정상회담 이후 내용에 대해서는 미국 쪽 발표와 중국 쪽 발표가 좀 다른 것 같아요.미국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완전한 지지를 얻어냈다고 이야기한 반면중국에서는 이를 부인하는 건 아닌데 약간 각도가 다르게 이야기합니다중국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서 무역 갈등문제와 한반도 문제의 분리를 계속 시도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적극 협조하지만이것을 미·중 무역 갈등과 연계시키지 말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고 파악하는 것 같아요결과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 미·중 협조는 확인했지만미국의 인식 속에서는 어쨌든 너희들은 지지만 하고 개입은 하지 말라는 뉘앙스가 있는 반면중국은 무역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분리시켜서 무역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네들은 지속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의사 표명을 하고 있습니다아마도 내년부터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을 서두를 것 같아요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는 사실 차이가 없습니다. 2016년 3월 이후 중국은 대북 제재에 본격적으로 참여했고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한반도 비핵화는 동의하는데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입장이 분명해 보입니다최근 제가 중국과 관련된 회의를 여러 차례 다녀왔는데 일관된 입장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의지를 굉장히 강하게 이야기한다는 점입니다그 신호탄은 내년 봄 정도 예상되는 시진핑의 평양 방문그리고 그 이후의 서울방문을 통해서 한반도 문제의 당자사로서의 입지를 다시 확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미·중 정상 간의 합의와 그 이면에 있는 양국의 계산이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만약 미국과 한국이 중국의 한반도 문제 참여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아마 사드(THAAD)의 완전한 철거 등을 내세워 우리나라를 다시 압박하려 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동아시아 신안보질서와 한반도 평화체제

 

김형기 다음은 평화체제 문제로 가겠습니다우리는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이라는 두 축이 함께 선순환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만 과연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평화협정을 맺으면 평화가 확고하게 보장된다는 것인지그 알맹이는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의 문제가 있습니다그리고 올해 부쩍 종전선언문제도 많이 부각이 되었습니다만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법적인 장치는 무엇이겠는지이런 것들도 아울러 생각하시면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려는 우리의 노력을 좀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조한범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엮여있고 비핵화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평화체제가 아닌가 싶어요.왜냐하면 지금은 한반도가 정전체제고 정전체제의 법적인 기반은 정전협정이거든요그러니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여기에 기반을 둔 새로운 안보질서가 평화체제라고 봅니다그래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사실 모든 게 끝나죠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통합되어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이야기하자면전쟁의 종식을 위해 정전을 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형태로 평화체제가 구축이 되는데 한반도는 북핵문제라는 걸림돌이 존재하기 때문에 당장 평화협정이 체결될 수 없는 상황인거죠일반적으로 평화협정은 제1조가 종전, 2조가 불가침, 3조가 영토조항, 4조가 손해배상, 5조가 포로, 6조가 관계개선대략 이정도의 틀로 이루어지거든요그런데 한반도의 경우 북핵문제가 단기간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평화체제 구축의 입구로 종전선언을 하고 이어 평화협정을 맺는 두 단계로 분리했습니다한반도는 매우 특이한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사실 초기에는 종전선언을 한반도 비핵 평화체제의 입구로 인식했는데 지금은 종전선언 자체가 일종의 넘기 힘든 허들이 되어버렸습니다.

평화체제 구축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차원의 문제라는 점에서 어려운 난제입니다동북아와 달리 유럽에서 신안보질서즉 유럽판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가 1945년 이후 전후 처리가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1945년 포츠담 회담과 1947년 파리 협정을 통해 패전 독일의 전후처리에 대해 연합국과 추축국간에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2차 세계대전의 전후질서가 확립됩니다그러니까 갈등의 요소가 없지요그런데 한반도의 경우에는 전후처리가 유럽과 달리 미완으로 끝났습니다미국은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패전국 일본에 대한 전후처리를 중단하고 미국의 동맹국으로 격상시키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체결합니다이로 인해 태평양전쟁의 전후 처리는 미완으로 봉합되고 맙니다독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 등의 영토문제과거사 문제 등이 모두 미완의 영역으로 남게 되지요이로 인한 갈등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바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유럽의 경우 미·소 패권경쟁에서 소련이라는 한 축이 무너졌는데 아시아에서는 중국이라는 한 축이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소련체제의 붕괴로 유럽은 군비통제체제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유럽안보회의도 적극적으로 주창한 게 사실은 소련입니다·소 경쟁에서 국력의 약화 때문에 열세에 놓인 소련이 적극적이었습니다그런데 동북아시아는 미완의 전후처리로 인한 영토 및 과거사 등 분쟁 요인이 남아 있고 미·중 패권경쟁으로 사실은 군비통제가 아닌 군비경쟁의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이 상황에서 또 북핵 문제가 동북아시아의 안보 수요를 자극해서 유럽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 그러니까 종전선언평화협정그다음 이에 대한 국제보장 및 다자안보 등 새로운 안보질서의 형성과정은 유럽에 비해서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비핵화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지는 않겠지요어느 임계점까지 가면 평화협정이 체결되겠지만 그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사실 상당히 많은 안보적 위험 요소들이 상존하게 됩니다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은 비핵화보다 오히려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불가침 선언을 해야 하고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여러분이 말씀하셨지만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참여할 의사가 강합니다·중 패권경쟁 구도를 고려할 경우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안보이익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평화협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큽니다문제는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안보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담아낼 수 있겠냐는 거지요한반도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게 평화협정의 목표인데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서 자국의 안보적 이해관계를 더 강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서 이 과정에 딜레마가 있고 매우 복잡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

 

고경빈 한반도에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어렵기도 하지만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관련국끼리 전쟁을 평화협정으로 종결시킨 예는 일본과 미국사이밖에 없어요정말로 어려운 지역인데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이렇게 복잡한 상황을 안고 동북아에서 제일 먼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정말 꿈같은 이야기일지 모릅니다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이야기하는 목적은아까 남교수님이 이야기했듯이동북아시아 관련국간의 관계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2차 대전 때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러시아와 일본중국과 일본은 정전협정과 평화협정 없이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미국과 중국 역시 6.25때 서로 전쟁을 했지만 평화협정 없이 관계를 개선해서 평화를 유지하고 있어요우리 역시 동북아 큰 틀에서 평화협정이나 법률적인 틀 없이도 관계개선을 통해서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남기정 이야기가 확대 된 김에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자면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은 사실은 동아시아에서 정착되어 있던 이른바 전후 자유주의 국제질서라는 것과 같이 갈 수 있는가없는가의 문제 때문에 주변 국가들이 각각의 계산을 가지고 여기에 관여하려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한반도에서의 변화가 기존의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변화시키는 것으로 간주하고이에 저항하거나 견제하려는 국가나 사람들이 생기는 것은 국제정치의 속성 상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그런데 지역질서의 변화가 가시화하면서 여기에 적응하고 새로운 판을 까는데 자기도 역할을 하려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우리의 시선은 북·미관계와 미·중관계·중관계 등에 집중되기 마련인데·일관계·러관계·일관계 등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동북아 국가들이 전후 국제질서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체제라 불린 전후 국제질서가 변화하는 데 대해 준비하고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로 일본의 대러대중 접근이 상당히 적극적인데올해 들어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화된 느낌입니다이것이 바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 가는데 일본 나름대로 적응하고 관여를 하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고경빈 그동안 우리가 샌프란시스코체제에 대해서 많은 논의도 하고 언급도 했는데 샌프란시스코체제가 지금 러시아와 중국을 포괄하나요?

 

남기정 아니죠냉전을 전제로 했던 샌프란시스코조약 체제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일본이 거기에 포괄되어 있지 않았던 나라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거죠예컨대 러·일 양국이 평화조약을 맺으려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고경빈 한반도 정전협정은 냉전의 양 적대국간의 협정이었고샌프란시스코체제는 냉전의 한쪽의 동맹 비슷한 체제니까......

 

조한범 그런데 관계가 있는 거죠샌프란시스코체제 위에 한반도 정전체제가 얹혀 있는 거고샌프란시스코체제는 북방 공산권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거니까 포괄되죠.

 

남기정 ·일 관계가 상당히 구조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고 러·일 관계도·러 관계도 그렇습니다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상당히 제도화되어 고정적이었던 체제가 지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가시화시켜주는 움직임이라고 봅니다지금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19세기적인 약육강식의지정학이 중심이 되는 질서로 다시 가게 만드느냐아니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공존할 수 있느냐라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데 여기에서도 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경빈 동북아로 시야를 넓히면 지난 1~2년 동안 거의 소외되어 있었던 일본이 북·미 수교라든가 러시아와의 추가협상 국면으로 뛰어들면 동북아의 평화체제에 아주 중요한 방향전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남기정 그러한 변화들과 구분되고 차단되는 영역을 한반도에 만들어가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영향이 상호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구상하지 않으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조한범 짧게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결국 미·일동맹체제가 샌프란시스코체제의 핵심이고 이걸 좀 연장한 게 미·일동맹에 얹혀진 한··대만 등등의 양자안보협력체제입니다여기에 대응하는 게 북한중국러시아(구소련)의 북방삼각구도였죠크게 보면 그걸 포괄하는 것입니다지금 남교수님이 중요한 말씀을 하셨는데주한미군보다 사실 주일미군이 핵심이거든요주일 미군의 위상변화는 동아시아 안보질서를 변화시키는 열쇠(Key point)거든요그러니까 일본은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죠.

 

조성렬 지난 12월 1일 상해에서 콩수안요우(孔鉉佑중국외교부 부부장이 동북아평화발전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6자 회담을 공식 제안했습니다이 포럼은 7개 국가즉 남······몽골 각 나라마다 3명씩 와서 이야기를 나누었고이와 별도로 그 뒤에 복단대에서 한·중 간 전략대화를 갖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복단대 회의에서 제가 콩 부부장이 이야기한 부분은 6자 회담이지만 결국 중국의 본심은 4자 회담을 통해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는 게 아닌가?” 이렇게 문제제기를 했더니 중국국제문제연구원에 있던 어느 한 박사가 그렇지 않다그런 측면도 있지만 핵심은 6자 회담을 통해서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게 중국의 뜻이다고 했어요다시 말하면한반도 비핵화를 계기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체제그리고 이어 다자간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말이죠.

10월 25일 아베 총리가 북경을 방문해서 중·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이에 앞서 일본은 러·일 정상회담도 가졌습니다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은 변화하는 질서 속에서 한반도 문제가 현상변경으로 가면 결국은 주한미군주일미군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뭔가 일본도 모색이 필요하다지금과 같은 정책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아까 이야기하셨던 샌프란시스코체제라고 하는 부분이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고 이 속에서 일본이 능동적으로 러시아,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섰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일본의 이니셔티브를 받아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사했지만 사실은 지금 일본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일본은 인도·태평양전략을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에 아베가 500명 정도 기업가를 데리고 가서 일대일로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단 말이에요초기에 일본은 약간 배타적인 각도로 시작했지만 한반도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새로운 변화 모색다시 말하면 초기 인도·태평양 전략의 대중 배타적 성격을 가지고 있던 부분에서 오히려 그것을 연결시켜나가는 것으로 일본의 전략이 변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한반도 평화체제를 넘어선 구상들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아직 명확하게 한국입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문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이야기하신 것이동아시아 철도공동체’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 이 부분까지는 큰 문제는 없는데, ‘동북아 평화안보공동체’ 같은 것은 별도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보면 비전통 안보 분야에서의 오랜 경험의 축적이 전통안보 분야로 저절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우리가 유럽 통합모델을 이야기하지만 유럽과 달리 우리는 오랜 교류와 협력비전통 안보분야의 협력이 안보분야까지 가지 않고 안보분야는 안보분야대로 가고 대립은 대립으로 갔습니다이제는 본격적으로 전통적 안보분야의 협력을 모색할 때라고 생각됩니다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의 계기를 통해서 동북아에 있어서도 전통적 안보분야를 논의하는 이니셔티브가 필요합니다.

이것과 관련해서 최근에 제가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동북아제한적비핵지대화입니다이번에 상해 갔을 때 중국 측에서 엄청나게 관심을 가졌는데중국에서는 이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어쨌든 동북아에서 결국은 핵문제를 통해서 현상변경의 계기가 되기 때문에 먼저 새로운 핵 질서의 판을 짜야 합니다그래서 이 부분의 논의가 시작되어야 합니다비전통 안보분야에서의 여러 가지 협력들,지진이나 황사해상구난 이런 것들도 필요하니 계속 논의해나가되본격적인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시작되어야 합니다한반도 비핵화를 계기로 평화체제가 논의되기 때문에 동북아에 있어서도 비핵화를 논의의 출발로 삼으면 이것은 동북아비핵지대 구상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동용승 국제적인 이해관계큰 틀의 변화는 잘 정리되고 있는데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간의 관계진전정상화라는 것이그리고 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떤 의미인가 하는 것도 정리가 되어야 합니다지금 동아시아 지역에 있는 러시아일본중국그리고 인도까지도 외교활동이 굉장히 활발한데 그 핵심요인을 북한의 비핵화라고 한다면그들이 북한이 핵을 포기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가져가는 것인지북한이 정상국가화 되는 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이것이 동북아지역의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남교수님 말씀대로 샌프란시스코체제의 해체변화라고 한다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야 하는데,우리 기준에서 보면 남북한의 평화공존이라는 개념도 있지만 영토 문제가 아주 직결되어 걸릴 것으로 봅니다정전상태에서 북한은 미수복지역이죠그러나 평화협정이 된다면 북한을 공식국가로 인정하는 개념에서 서로의 영토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우리의 머릿속에는 북한은 미수복지역이고 궁극적으로는 통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앞으로의 변화양상에 따라서는 북한이라는 표현도 안 맞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북한이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조선이라는 표현을 써야 되는 상황을 말하죠그런데 우리 내부에서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굉장한 반발이 있을 거예요주변에 있는 국가들은 그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가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관점이나 원칙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여전히 19세기적 질서에 매몰될 여지가 있습니다그래서 이런 것들을 정리해가는 국가 내부의 노력도 대외적으로 변화되는 상황에서의 국가 전략에 대한 논의와 병행하여 함께 가야 합니다.

 

김형기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과 방안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평화체제가 상당한 정도로 구축되었거나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그 이후를 어떤 식으로 감당해 나갈지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조성렬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추가로 말씀드리면북한이 종전선언을 포기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하지만판문점 선언에 명시되어 있지만 미국이 종전선언의 조건을 넘기 힘든 장애(Hurdle)로 제시할 경우 종전선언의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정말 필요 없다고 한다면 저는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2006년 말 처음으로 종전선언을 제가 제안했던 취지는 북한이 비핵화과정에 들어가면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 과도기적인 안보 공백 때문에 아무래도 불안해 할테니그러한 안보공백을 해소해 주기 위한 차원이었습니다그런데 지금처럼 우호적인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과정에 있다는 약점을 잡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북한이 종전선언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그리고 만일 북한이 고집하지 않으면 우리 역시 그걸 꼭 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종전선언 이야기가 나오면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까지는 아니지만 유엔사 문제는 건드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중국이 벼르고 있는 점도 감지되고요김정은 위원장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유엔사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적이 없습니다최근에 북한쪽에서 나온 논평을 보면 유엔사를 건드리고 있습니다그래서 종전선언이 거론되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더라도 유엔사 부분은 논란이 될 거라고 봅니다그런데 만약 종전선언을 북한이 안 해도 된다고 하면 유엔사 문제가 거론될 이유가 없거든요우리 정부가 판문점 선언에서 약속했다고 해서 꼭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2019년의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전망

 

김형기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남북관계북한정세내년도 정세전망에 대해서 순서대로 일괄해서 말씀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조한범 평화체제에서 첨언을 드리고 싶은 게 남교수님과 조성렬 박사님도 말씀하셨지만 동북아 비핵지대화구상입니다이 구상은 일본에서 핵공포 때문에 나온 유토피아적 생각이었는데 이제 그게 실현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봅니다왜냐하면 중국은 분명히 평화협정에 참여하려고 할 거고 평화협정에서 중요한 것은 불가침 약속입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을 포함해 군사적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불가침 약속을 해야 하고 이에 대해서는 군비통제까지도 뒤따라야 합니다중국 역시 평화협정에 참여한다면 남한을 포함한 한반도에 대해서 미국과 같은 불가침 약속을 해야 합니다그러면 자연스럽게 한반도는 핵의 안전지대로 됩니다·북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 중국은 불가침을 약속해야 하고 국제 보장단계에서 결국 러시아도 참여해야 합니다그러면 한반도의 비핵지대화와 일본의 비핵지대화를 연결하여 비핵안보레짐(Non Nuclear Security Regime)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비핵안보레짐은 일정한 구속력을 동반함으로써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예를 들면 한반도와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 동북부의 둥펑(東風)계열 중거리탄도미사일은 중국내륙으로 이동해야 하며미국 역시 핵전력들을 한반도에 투사하면 안 됩니다아시다시피 동남아에는 이미 동남아시아비핵지대조약이 있습니다이와 연결하면 아시아에서 긴 비핵 완충지대가 만들어질 수 있으며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그 기회를 살려야 합니다.

북한 정세는 유동적인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저는 항상 북한 불안전성을 강조하는 입장인데이미 북한경제가 견디기 어려운 수준으로 대북제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한국은행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북한의 지난해 경제성장은 3%입니다지난해에 대북제재의 효과가 가시화 된 것은 11월과 12월이었습니다만약 두 달의 고통으로 3%라면 올해는 어떨까요지난해에 미국의 독자제재는 8차례였고 올해는 협상국면이지만 10차례였습니다그리고 미국은 대북제재의 효과를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시점 이전까지는 풀어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의 시간표는 촉박할 것이고 과연 어느 수준까지 관리를 해 낼 수 있을 것인지가 도마 위에 올라있는 상황입니다.

제재로 독재정권이 붕괴한 사례는 없었고 이라크도 결국은 전쟁으로 붕괴시켰습니다그러나 내부적인 혼돈상태나 경제적인 궁핍상태가 지속된다면또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이라고 인민들에게 새로운 변화를 약속했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안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요이 상황이 풀리지 않는 한 북한 내부의 유동성은 증가할 것이고 이것도 우리가 주목해야할 사항입니다물론 그럭저럭 견딜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과연 김정은 위원장이 확고한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지금까지 협상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 이니셔티브김정은 위원장 이니셔티브,트럼프 대통령 이니셔티브가 동시에 가동되었기 때문이며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이 출발점이라고 봅니다내년에 만일 이러한 국면이 풀리지 않으면 북한은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 갈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는 올해 기적 같은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지금 주목을 안 하고 있는데 특히 군사분야의 신뢰구축 조치는 괄목할만한 겁니다남북은 평양정상회담에서 도출한 군사분야합의서를 매우 신속하고도 철저하게 진행했습니다한국전쟁 정전 이후 최초의 일입니다이 추세대로라면 빠르면 내년이나 후년 중에 비무장지대 전체 비무장화즉 평화지대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해 우리사회 내 일부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북한군도 상당히 불만이 많을 것입니다한국군이나 미군의 장비는 첨단기기라 어느 정도 양보를 해도 탐지력과 공격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북한처럼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하는 체계에서 이정도 후방으로의 후퇴는 상당한 안보 공백을 발생시킵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분야는 군사분야 남북신뢰구축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남북한 간의 종전선언은 이미 끝났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남북은 이미 종전선언을 4.27판문점선언에서도 했고평양에서도 했고, 1991년 합의한 남북 기본합의서에도 들어있습니다군사분야 합의서의 이행을 통해 종전선언을 이행하는 실질적인 조치까지도 가동이 되고 있습니다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대북제재라는 현실 벽에 직면해 있을 뿐이지 남북관계의 변화를 위한 거대한 동력은 이미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남북경협이 필요합니다대북제재라는 어려운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의 남북관계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할 수 있는 분야는 다 했다고 봅니다비핵화부분과 다르게 남북관계에서는 과거와 다른 차별성을 띄는 변화가 있었습니다확인할 수 있는 게 두 가지 부분인데요첫째는 안보와 교류협력이 같이 간다는 겁니다.과거에는 교류협력은 빠르게 진행되어 금강산으로 유람선은 출항하는데 서해에서는 남북 해군 간 교전이 벌어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안보가 더 빨리 가고 있죠둘째는 과거에는 남북관계는 개선되는데 북미 적대관계는 그대로였습니다그런데 지금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동시에 가고 있습니다그렇기 때문에 올해 남북관계의 변화는 과거와 다른 근본적 차이를 내재하고 있습니다.

내년도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봅니다··미 모두 협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협상국면이 파기 될 경우 가장 치명적인 타격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2차 타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3차 타격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나타날 것입니다비핵화평화체제를 향한 큰 틀의 협상흐름은 깨지지 않을 것입니다다만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비핵화는 시간의 문제가 아닙니다·미가 비핵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타협 방향을 찾지 않으면 교착국면은 오래 갈 수 있습니다그러나 북·미가 비핵화 방식에 대해서 제가 제안한 시퀀스 방식이나 또는 모종의 합의를 만들어 낸다면 매우 빠르게 비핵 평화체제로 갈 수 있습니다근본적인 타협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교착국면을 해소하는 중간수준의 합의만 도출한다면 내년에 또 이런 난항들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남기정 : ‘동북아시아 비핵무기지대화구상의 내용은 사실 양자관계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1998년도에 한일공동선언에서 한국이 일본의 비핵 3원칙을 높이 평가했고 한·일이 서로 비핵평화의 원칙을 공유했습니다남북 간에도 1991년에 이미 비핵지대화 선언을 했고 올해 판문점 선언에서 다시 확인되었습니다특히 북한 측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의 영어버전은 한반도를 비핵무기지대화로 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그리고 북·일간에도 2002년도 북일공동선언에서 핵과 미사일 문제를 국제법을 준수해서 해결해 나간다는 원칙을 공유했습니다이렇듯 양자 간에 이미 비핵이라는 이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모아가는 노력을 하면 된다는 의미에서 동북아 비핵무기지대화구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더군다나 앞서 조성렬 박사님께서도 언급하셨지만, ‘동북아 비핵무기지대화라는 아이디어는 현재 진행되는 상황이 이를 유리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생각해야 할 것은동아시아 상황이 크게 변화할 때 사실은 이 동아시아를 구성하는 각각의 행위자들도 동시에 변화한다는 사실입니다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동박사님께서도 말씀해주셨는데전쟁을 전제로 만들어졌던 동아시아의 질서 속에서 이 질서를 구성하는 각각의 행위자들,특히 전쟁의 위험이 가장 높았던 한반도에 있었던 두 행위자들은 상당한 정도로 비정상적인 국가들이었습니다그런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비정상국가들이 정상국가로 되는 과정과 맞물려 있습니다한국에서 촛불 혁명이 진행되어 민주주의의 정상궤도로 돌아온 것과 북한이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서 선군정치 국가에서 당중심 국가로 돌아오는 이런 과정들이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거죠이 둘이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전쟁의 국제체제에 조응한 국가들이었는데 이러한 체제가 바뀌면서 그 행위자들도 바뀌고 있습니다특히 북한은 선군정치에서 당중심 국가로의 정상화 과정에서 대외정책에서도 상당히 큰 전략적 변화를 선택했다고 봅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세계질서의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2016년 11트럼프 대통령이 선출되자마자 발행된 <현안진단> 154호의 제목이 거대한 변화 속에 들어간 세계동아시아그리고 한국이었습니다거대한 변화가 슬로우 모션으로 시작된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습니다이때 슬로우 모션으로 시작된 거대한 변화가 올해 큰 변화로 가시화되었고 내년에는 상당할 정도로 가파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왜냐하면 각각의 행위자 자체가 변하고 있고 커다란 틀이 거기에 적응해서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말씀드린 것처럼 중···러관계 등·미관계 이외의 양자관계도 커다란 변화 속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이것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어려움이 우리에게 닥치겠지만이게 어려움이자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그래서 시야를 좀 더 크게 보고 동아시아의 큰 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큰 그림 속에서 비핵화 문제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비핵화 프로세스가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길어지면서 북·미 간 이견노출로 지연되고 있다는 식으로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는데사실은 이게 원래부터 전광석화처럼 이뤄질 수 있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커다란 변화 속에서 오히려 우리가 시간을 벌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비핵화를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양자관계 또는 삼각관계들을 변화시켜 나가면서 새로운 체제도 동시에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생각한다면 장기화되는 비핵화 과정은 그렇게 불리한 것도 아니고 그 전망을 비관적으로 볼 것도 아닙니다이런 관점에서 내년에 여러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면 됩니다.

 

김형기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도 아울러 말씀해 주시죠.


  남기정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남에서나 북에서나 국내 체제가 이미 상당한 정도로 변화하고 있는데이러한 변화를 남북관계에서도 확인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남북관계의 변화는 이미 질적인 변화 속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김형기 국민의 인식이 그 수준에 맞게 따라가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요어떤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데그런 큰 틀 속에 들어가는 남북관계라면 국민들의 인식도 점차적으로 거리가 좁혀지는 방향으로 갈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고 싶은데 어떨까요?

 

남기정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국민들이 현재 상황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변화로만 인식했을 때는그 변화가 사실은 장기적인 과정이 될 것이기 때문에그동안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했던 사람들은 인내하며 그 결실을 기다리겠지만기존 질서에서 이익과 안전을 확보했던 보수적인 사람들은 기존 질서는 깨지고 새로운 질서는 나타나지 않는 데에서 불안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따라서 동북아시아의 커다란 변화 속에 우리가 있다는 것우리가 어느 정도 적응해가며 이 변화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준다면즉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이외의 양자관계와 다자주의 협력의 틀에서 우리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 과정을 불안하지 않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고,그런 면에서 우리가 조금 더 여유 있게 대북정책을 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 사람들도 앞으로 조금씩 더 정보가 공개되어 열린 공간에서 상황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데한국 정부가 동북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북한 주민들이 남북 화해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에 보다 더 기대하게 만들고남북관계의 진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동용승 조한범 박사님 말씀 중에 이견이 있는데 북한이 제재 때문에 나왔고 제재로 인해서 굉장히 어려워졌기 때문에 제재가 지속이 될 경우 북한은 내년에 불안정해 질수 있다이런 말씀으로 들리는데 저는 오히려 거꾸로 제재가 지속되고 강화될수록 북한의 변화는 지연되고 북한 체제는 더 공고화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북한이 경제개발 우선정책을 쓰고 있는데 왜 그걸 쓸 수밖에 없냐하면 북한 경제는 1970년대 이후로 정체되어 있습니다정체되어 있다가 90년대에 들어와서 정체수준이 아니라 곤두박질을 쳤거든요사회주의 계획경제라는 근본적인 구조 속에서 본다면 사회주의 경제는 성장의 경제가 아니고 성장된 경제를 어떻게 나누느냐의 분배의 경제거든요. 70년대 북한은 인구기준으로 봤을 때 약 1,500만 명 정도가 (성장된 경제를나누는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그래서 70년대 경제는 괜찮았어요그런데 북한도 역시 전후세대의 베이비붐이 있었고 인구팽창이 있었거든요여기에 대비한 이른바 도약성장이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70년대가그런데 실패합니다왜냐하면 두 차례 오일 쇼크도 있었고 근본적인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 일거에 팽창시키려고 했던 것으로 인해서 경제가 부담되어 실패하고 맙니다인구가 2,000만 명에서 2,500만 명까지 가고 있는데 경제규모는 여전히 1,500만 명 규모에서 나눌 수밖에 없는 구조인거죠그러니까 북한은 끊임없이 그것을 단번에 도약시켜야 된다아니면 뭐를 해야 한다자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외부세계의 변화와 북한의 근본적 변화가 같이 맞물리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침체된 상태에서 1990년대를 맞으면서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되죠. 2000년에 들어서는 다행스럽게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국제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호응을 해줘서 북한이 1,500만 명 수준으로 복구하는데는 성공합니다그렇지만 여전히 1,000만 명은 힘들어요. 2,500만 명이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는 그만큼 성장을 시켜줘야 하거든요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들어와서 비핵화라는 카드를 들고 나와서 국제사회와 타협을 하면서 이제는 2,500만 명의 규모에 걸 맞는 규모로 확장을 시키고 싶어 하는 거죠그렇지만 1,500만 명 구조는 복구를 해놨기 때문에 제재가 계속된다고 해서 두 끼 먹으면 되지 버틸 수 있다는 거예요오히려 체제는 더 공고화 되는 거예요그렇지만 3끼 먹는 구조로 가는 순간부터 불안정해진다는 것을 북한도 잘 압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택하고 나온 것은 북한의 경제정책이나 경제운영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런 선택에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오히려 억제시켜두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여러 가지 논의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체제 해체라든지 비핵지대화 안보논의라든지 이것의 출발점이 북한이라고 했을 때오히려 그것이 지연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죠그러니까 북한의 속내를 좀 더 정확하게 읽고 거기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하나고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제재가 지속되고 타협이 지연되어가는 과정이 오래 걸린다면 동북아 질서의 변화도 여전히 지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닌가 싶습니다그것을 누가 원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연이어서 남북관계를 놓고 본다면 남북관계도 북한이 남쪽의 자본을 원할 것이라는 것은 예전의 구조입니다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가 되려는가에 대해서는 70년대에 북한이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70년대에 경제규모를 팽창시키려고 했을 때 돈을 일본과 유럽에서 가지고 왔습니다그런데 그 돈의 원리금 상환을 못했고 79년도에 거의 부도 직전까지 가면서 어려운 상황으로 갔습니다물론 그 당시는 남북한이 경쟁구도였지만 현재 시점에서 남북관계가 다른 관계의 변화보다 너무 급진전했을 때북한은 오히려 상당히 경색된 국면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그 대표적인 것이 2007년도 노무현 정부 시절까지 남북관계가 굉장히 진전되다가 MB정부가 들어오면서부터 남북관계가 경색이 되는데 이때 MB정부의 보수성 때문에 경색된 면도 있지만 북한 자체가 내부 정비과정으로 들어간 것도 원인이었습니다그 이후 박근혜 정부 때 북한이 먼저 대화와 관계 개선을 하자고 제의하고 나오는 과정들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다른 속도에 비해서 남북관계가 너무 빨리 나가면,즉 다른 것들의 변화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 빨리 진전을 시켜야 한다고 속도를 내면 오히려 북한이 주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그렇기 때문에 우리 내부에서 진짜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부분까지도 건드려가면서 건강한 논의구조를 가져야 합니다아까 말씀드렸던 북한의 의도를 우리는 어떻게 볼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남북관계가 어떤 식으로 해야지만 지역변화에민족의 앞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전략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인가실질적인 협력은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 이런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남북 간에도 이뤄지고 우리 내부적으로도 이뤄질 수 있는 그런 장들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고경빈 말씀하신 것을 연장해 보면 이런 그림이 나올 것 같아요하나는 지금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평화보장 이외에 제재 완화가 아니라 사실은 외부의 큰돈이 들어오는 투자를 원한다는 생각이 듭니다대북 제재가 완화되어서 식량이나 에너지 같은 생필품이 좀 더 들어와 생활수준을 높이는 게 목표가 아니고 북한의 경제를 다시 도약시킬 수 있는 큰 투자를 받는 것이 목표인데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연동되어 있는 비핵화의 가시적인 조치들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이고또 하나는 내부적인 준비를 갖추는 것입니다북한경제의 수요는 짐작이 가능한데 북한이 그런 수요를 판단해서 경제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는지섰다면 그게 어느 방향인지는 아직 뚜렷한 것 같지 않습니다지금 북한의 경제상황은 장마당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법규와 경제현실의 차이를 부정부패가 메우고 있는데이런 부정부패의 불확실한 제도들을 그대로 두고 외부에서 과감한 투자를 받는다면 그 돈이 제대로 쓰일지 그런 점에서 북한이 사전에 내부적으로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현실과 맞지 않는 법제도를 현실에 맞추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남북교류 부분은 금년도에도 많은 어려움 속에서 큰 성과들이 있었지만 내년에도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북한의 핵문제가 아주 난제로 되면서 만성화되고 국제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이슈로 다루고 국제 제재가 따라붙고 있는 이런 흐름 속에서 국제화의 과잉이라는 문제의 가능성북핵문제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간다 하더라도 북핵문제 이외에 한반도 문제 전체가 딸려가서 과잉 국제문제화 되는 것은 우리가 경계해야 됩니다그래서 대북제재 국면에서 우리가 그 틈을 비집고 철도도로 공동조사라든지 이산가족 문제라든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데 여기서 자칫 우리가 주도권이나 기획력을 잃어버리면 한반도 문제는 당사자 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의 기반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과거 노무현 정부 때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에 관련해서 하프 스탭 비하인드’(Half Step Behind)라는 말이 있었습니다그때는 미국이 반 발 앞서나가고 한국이 따라가는 구도였는데 지금 상황은 거꾸로 한국이 한발 앞서 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남 갈등문제와 관련해서는 김정은 위원장 방남 때 우리사회의 풍경이 시금석이 될 텐데요향후 남남갈등을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느냐아니면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엄청난 질병으로 남을 것인지 판단이 될 것입니다그래서 한국사회가 대북문제에 매여 있지 않고 좀 더 선진적이고 발전적인 나라로 되기를 원한다면 여야 구분 없이 이 문제에 대해서 장기적인 시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김형기 :국제제재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현재는 철도 공동조사 등 매개 사업별로 이것 좀 특정 면제시켜 주세요’ 하는 식으로 뚫어보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가면 한반도문제가 국제화되는 것을 피할 방법이 없잖아요그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고경빈 이번에 철도도로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유엔과 미국에 허락을 받고 하는 사업이 되었지만,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가시적인 조치를 해서 제재해제를 허락받기보다는 우리가 허락 없이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영역을 넓혀 가는 노력그리고 그런 공간이 생기면 재빨리 우리가 먼저 앞서 나가는 것이 북한시장의 선점이라고 하는 자본의 논리를 떠나서 한반도 문제는 당사자 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통일 때까지 끌고 갈수 있는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유리하다고 봅니다맥락 없이 튀는 이야기 같지만대한민국이 산업화나 경제화를 서구 나라들에 비해서 굉장히 압축적으로 이뤄놓은 것처럼 통일과정도 일단 물꼬가 트이면 굉장히 압축적인 과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때 국제사회의 틀에 묶여 있으면 정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성렬 남북관계를 포함한 정세는 결국 내년 2-3월 정도가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다른 말로 표현하면 진실의 순간’ (The Moment of Truth)이라고 할 수 있는데결국은 1월말 2월초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아마 그때가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그때까지 비핵화와 관련한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이후 한반도 비핵화나 평화프로세스는 굉장히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왜냐하면 미국 행정부 내의 강경파들이 다시 힘을 얻게 되고 또 하나는 민주당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중국이 계속 한반도문제에 개입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그동안에는 무역전쟁 때문에 한발 빼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래서 저는 단순한 전망뿐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이일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포괄적 비핵화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지금보다 좀 더 구체화된 합의들이 도출되지 않으면 앞으로 전망이 상당히 어렵다고 보입니다반대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문제나 제재완화 등 북한과 미국 간의 쟁점들이 타결되어 포괄적 합의에 도달하게 되면이행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저는 김정은 위원장의 또 한 번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그런 점에서 핵무기 포기 결정에 이어서 비핵화 이행에 대한 실질적인 실천방안그러니까 말의 결정단계에서 행동의 결정단계로 도약하는 두 번째 단계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이렇게 되면 아마 내년 중에 북·미간의 연락사무소 설치도 본격화 될 수 있고 그래서 북·미관계 개선도 속도를 낼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지난번 9.19 군사합의서보다 한 단계 높은 군비통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할 수 있습니다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전작권 전환을 생각하고 있고 완전한 비핵화이전까지는 일정정도 제재가 유지될 것이므로 결국 그 이전까지 남북관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군사적인 긴장완화를 넘어 구조적인 군비통제입니다이런 부분들이 맞물리게 되면 남북 간에 실질적인 전쟁종식이 이뤄지고 완전한 비핵화가 검증되는 시점에 법적인 평화협정이 가능하다고 봅니다그래서 내년에 북·미간의 연락사무소 개설뿐 아니라 남북 간에 한 단계 높은 군사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요이런 부분이 기반이 되면 남북 간의 교류협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정정도 합의안이 도출되면 내년 중에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부분재개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봅니다최근 북한에 갔다 온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북한에서는 무슨 행사든 금강산에서 하는 행사는 무조건 지원해 주겠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북한쪽에서는 어쨌든 금강산 관광의 벽을 허물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재개가 빠를 수 있고제재가 걸려있는 개성공단 문제는 좀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여하튼 내년 중에 물꼬가 트여지지 않겠나 싶습니다.

앞서 여러분이 말한 것처럼 북한 내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당분간은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상당히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김정은 위원장이 힘을 가지고 있을 때가 좋은 기회인데 이것을 방치하거나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성과가 안 나오게 되면 국제사회의 제재나 군사적 압박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이렇게 되면 남북관계도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2019년 봄에는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게 됩니다김정은 위원장이 금년에 약속했던 비핵화가 말이 아니라 이행의 단계로 이어진다면 2019년은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모두 진전을 이루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봅니다.

 

김형기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를 이루었던 2018년이었습니다내년을 전망하면서 모두들 비핵화 문제나 남북관계에 있어서 여러 가지 어려운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겠지만 큰 흐름은 이것을 조장하는 여러 가지 좋은 징조들이 있고 그 흐름을 타지 않겠느냐 이런 결론을 내려 주신 것 같습니다그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오늘 좌담회가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난제를 풀어나가는 여러 가지 창의적인 방안과 동아시아 안보질서의 변화라는 숲을 보는 시각의 틀을 제시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는데 기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함께 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이것으로 오늘 좌담회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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